모든 것을 잊었을 때 나에게 남는 것은
자  :
서영만
출판사  :
유페이퍼
출간일  :
2024-04-25
가  :
5,000원

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산다. 그 사람의 이야기는 다른 사람에게는 큰 가치가 없다 해도 자기 자신에게는 무엇보다도 더 소중할 것이다. 그 이야기를 글로 써서 책으로 묶어 놓지 않는다면 세월과 함께 흘러가고야 만다. 아무리 좋은 추억과 이야기가 있더라도 글로 옮겨놓지 않으면 결국 잊혀진다. 존재가 사라지는 것이다. 책쓰기를 통해 그 이야기들이 빛을 보았을 때 비로소 존재하는 것이다.

내가 이 책을 끝까지 쓸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살아온 이야기는 오직 나 이외에는 기록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. 그러니까 ‘책을 잘 써서 잘 팔리는 책을 만들어야 한다’라는 강박관념이 없어졌다. 책을 쓰는 것 자체가 아무런 부담도 되지 않았다. 미사여구의 문장이나 독자의 흥미를 위한 줄거리가 아니라 ‘나의 이야기’를 담담하게 적어 내려가면 되기 때문이었다. 오직 내 존재를 증명해 줄 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글로 옮기는 것에 집중할 수 있었다.

인간의 수명에 한계가 있듯, 우리의 기억도 어느 땐가 결국 그 기능을 잃게 된다. 우리가 살아오면서 겪었던 이야기들이 차곡차곡 저장된 ‘기억장치’가 아주 사라지는 것이다. 내가 살아왔던 발자취가 영영 없어져 버린다고 생각하니 말할 수 없는 허전함이 나를 감싸고 돌았다. “그렇다면, 조금이라도 더 남아 있을 때 하루라도 서둘러서 기록하자!”
이제, 내가 나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이 오더라도 내가 글로 남긴 책이 내가 이 세상에 다녀갔다는 증거로 남아 있을 수 있을 것이다.

프랑스의 정치가이면서 작가인 에드와르 에리오(Edouard Herriot)는 ‘모든 것을 잊었을 때 남아있는 것이 문화(Culture)’라고 말했다. 그러면 나에게, 모든 것을 잊었을 때 남아 있는 것은 무엇이 될까?

‘내가 쓴 책!’